뮤지컬 영웅을 보러 광화문에 나온 날-광화문 집회와 채해병 사건, 그리고 우리 시대의 영웅이란…···

지난 토요일 6월의 첫 번째 날.오래 전에 예약해 둔 뮤지컬 영웅을 보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갔다. 2시 공연이라 급했는데 뮤지컬 시작하기 거의 5분 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날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차량들이 매우 막혔기 때문이었다. 무슨 집회인지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며 간신히 세종문화회관 근처 빌딩에 주차해 놓고(이날은 하나투어 빌딩) 입에 들어갈지 코에 들어갈지 모르는 점심을 먹었다. (쉑쉑버거에서 남편, 중학생, 나 이렇게 셋이서 버거 세트를 먹었는데 6만원이 나왔다는… 후아… 셋이서 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데 6만원…ㅠㅠ 그래도 감자튀김은 먹지도 못하고 세종문화회관으로 뛰듯 걸어갔다.공연 시작 5분 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도착. 남편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며 물을 사러 편의점까지 들렀다…···로비에 아직 사람이 많은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티켓팅을 했다.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열사가 단지 동의회를 결성한 뒤부터 뤼순감옥에서 일제에 의해 사형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미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과 많은 유튜브를 섭렵했기 때문에 스토리는 익숙했다. 제일 좋았던 장면을 중학생이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선택한 장면은 일본 순경과 한국 독립열사의 추격전 장면이다. 남자 배우들의 칼군무와 역동적인 댄스가 마치 아이돌 콘서트를 연상케 했다. 거기에 비장함이 뒤섞여 그저 황홀했다…(눈물) 중학생은 인터미션 직전 장면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음…거기도 좋던데. 남편은 이토와 설희의 눈이 내리는 기차신이 너무 신기했다고…그래..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보는 동안 저건 어떻게 했을까? 라고 의문을 유발했다···인터미션 시간에 찍은 오늘 출연자들.이토 히로부미는 더 키가 작아서 가끔 해야 하는데 키도 크고 너무 멋진 배우가 연기해서 조금 실망했다. 안중근 역의 양준모 배우는 얼굴도 왠지 안중근을 닮았고, 체격도 탄탄한 게 정말 잘 어울렸던 느낌이다.뮤지컬을 다 보고 나온 뒤 중학생에게 어땠냐고 묻자 “너무 좋았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번 오페라의 유령 때도 그렇게 좋아했는데 다른 뮤지컬도 또 예매하려고 난리다. 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 한 편 보기도 힘든 놈이지만 의외로 럭셔리한 취향이 있다. 이번에는 네 용돈을 1년치 정도 모아서 가보는 건 어때?영웅을 보며 저녁을 먹으러 간 성수동 거리의 뮤지컬을 보고 나와서 복잡한 서울 길을 걸면서 혹시 안·준이 의사가 살아 돌아와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 만족할 수 있느냐는 생각했다.아마 그렇지 않다.오늘, 광화문이 이렇게 막힌 것은 채 해병 특검의 실패에 항의하는 집회 때문이었다.채해병 사건을 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보름달 아침의 징후를 모두 갖고 있는 종합 세트 같다.지난해 여름 폭우 때 2003년생 꽃 같은 젊은이들이 해병대에서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 열심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목숨을 잃었다.거기까지는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국가를 위한 고귀한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그 지시의 잘잘못을 따지고 무리한 일을 책임자를 벌하기 위해서 해병대에서 사건을 정리하고 경찰에 이첩한 것까지도 아주 자연스럽고 정상적이었다.그런데 그 후부터 완전히 뒤죽박죽 되어, 음모와 거짓말이 횡행하는 정치 게이트로 변했다.장관이 서명하고 경찰에 이첩한 사건을 다시 가져오고 관련자를 뽑아 그 부자연스러운 일을 하면서 누구 누구가 전화 통화를 했는지 분명한 거짓말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그 과정에서 결국 대통령의 개인 휴대까지 쓰였다는 것은… 그렇긴 이 나라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몰상식한 나라라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이다.(대통령의 개인 휴대 전화는 문자 그대로 개인 휴대이므로, 절대 업무에 써서는 안 된다.도청, 보안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잘된 사건을 두고 대통령이 질타까지 하며 법대로 사건을 이첩한(상을 받아도 모자랄) 군 수사관이 갑자기 집단 항명수괴죄라는 엄청난 죄를 뒤집어쓴 촌극……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처음에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끌어내려던 그 사단장이 누구누구 검사와 친척사이래, 최고 상층부에 로비를 했대… 사람들은 온갖 소문을 믿고 억측을 할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억측과 불신을 낳는 일을 하는가. 더욱이 이 나라에서 아이를 군대에 보내는 것은 간부들의 출세 때문에 아이가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게 한다. 매년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신설청을 만들거나 돌아오지 않는 돈만 쏟아붓지 말고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 더 낳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게 먼저다. 이런 비정상적인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무슨 희망을 갖고 아이를 낳을까.5월 28일, 채 총장 특검 국회 부결해병대 후배의 죽음, 특검 거부에 탄식하는 해병대 선배들이 이 나라는 안중근 열사 같은 분들이 피와 생명으로 지켜낸 나라다. 사리를 탐하거나 목숨을 구걸하는 일도 없었고, 누가 봐도 정의로웠다. 그분들 덕분에 오늘 우리가 이곳에 자유롭게 살 수 있었고, 그래서 그분을 ‘영웅’으로 공경하는 것이다.지금의 지도층에게 영웅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국민도 마음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그렇게 큰 바람인가? 이제는 ‘영웅’을 바라는 것이 황당한 꿈인 시대가 된 것 같다.#뮤지컬영웅 #안중근영웅 #영웅세종문화회관 #영웅뮤지컬 #세종문화회관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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